[작은변화 같이가치] “운동하는 여자가 어때서?”...우리가 편견에 맞서는 법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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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스포츠 문화 만들어가는 ‘운동친구 & 위밋업스포츠’


최근 운동하는 여성이 늘었지만 여성의 운동은 다이어트나 미용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된다. 여전히 운동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여성’과 ‘운동’에 담긴 우리 사회의 편견에 철퇴를 날리고, 운동을 온전히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나선 이들이 있다.

한 명(양민영)은 취미로 시작한 운동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글을 썼고, 다른 한 명(신혜미)은 오랜 축구선수 생활을 접고 경력단절여성이 되었다. 그리고 둘은 여성이 운동하는게 자연스러운 사회를 꿈꾸며 여성 기업가로 변신했다. 위밋업스포츠(대표 신혜미)는 여성들만을 위한 스포츠 플랫폼으로, 은퇴한 여성 운동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2018년 설립했다. 운동친구(대표 양민영)는 <운동하는 여자> 책 출간을 계기로 2020년 9월에 여성 전용 운동 클래스를 운영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여성’, ‘운동’이라는 공통화두를 사회로 끌어낸 두 여성 기업가를 6월의 어느 날 만났다.

Q. 두 기업 모두 여성, 운동을 키워드로 창업했다. 왜 여성의 운동에 주목하게 되었나?

양민영 운동친구 대표(이하 양민영): 크로스핏, 주짓수 등을 하며 운동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몸과 정신의 변화를 느끼는 동시에 체육관 안에서의 성차별적 분위기도 함께 경험했다. “어차피 보여주려고 그런 옷 입는 거 아니야? 아니면 입지 말든지. 보는 것도 죄야?”, “너무 남자처럼 되는 거 아니야? 여성스러운 매력이 있어야지.” 운동을 즐기는 나와 내 주변인들이 자주 듣던 이야기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과 체육관, 운동 같은 단어를 얘기할 때 섹시한 눈요기부터 떠올린다. 나는 물론 주변 여성들이 운동을 결심할 때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이다. 더불어 운동 시장에서 여성고객의 비중은 늘지만, 과격하고 도전적인 운동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성에겐 운동이 단지 다이어트나 미용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나의 이런 경험과 문제의식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했고, 책 <운동하는 여자>를 출간했다.

여성에게도 운동이 보편적인 취미이자 일상이 되면 좋겠다. 불편한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체력을 기르고 공격성을 발휘하며 내 몸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운동으로 하나 되는 경험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 했다.

위밋업스포츠 신혜미 대표(이하 신혜미): 운동선수 세계에서도 여성은 오랜기간 소외 대상이었다. 남성 선수에 비해 여성 선수들은 은퇴 후 갈 곳이 없다. 남성 선수는 지도자 자리로 끌어줄 선배가 있었지만, 여성 선수들은 끌어줄 수 있는 자리에 선배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경력단절로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그런 자리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여성들만을 위한 스포츠 플랫폼을 표방하며 창업하고 나니 운동에서 소외된 여성의 삶이 더 잘 보였다.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할 기회가 없는 것은 물론, 팀스포츠의 경험은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에게 경험의 기회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현실은 운동 공간과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공간 대관 시에도 남성 중심의 동우회, 클럽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니 대관이 어렵고, 여성 전용 프로그램도 많지 않다.

Q. 주목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한 기업의 대표사업을 소개해달라.

양민영: ‘여성이 만드는 남성 없는 체육관’을 모토로 평소 여성들이 접하기 어려운 레슬링, 주짓수, 양궁, 럭비 등의 수업을 운영한다. 여성들이 자기 몸에 대한 남성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불쾌함이나 두려움 없이 운동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주력했다. 여성이 주도해서 여성운동 문화를 만들고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자기방어프로그램 운영도 주사업이다.

더불어 여성 신체의 건강함과 자신을 지키고 자립을 강조하는 다양한 운동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인 11월 25일에 개최하는 비대면 러닝대회 ‘오렌지 런’,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신혜미: 여성들에게 다양한 스포츠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운동친구와 유사하다. 다만 우리는 여성들이 접할 기회가 적은 팀 스포츠에 집중한다. 팀 스포츠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힘을 합치고 서로 돕고 연결되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해 사회성을 기르고 관계성을 배우는데 좋다. 이런 특성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 축구, 농구 등 팀 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발레를 하거나 살 빼야 하는 운동 정도만 접하는게 일반적이다. 어머니들도 팀 스포츠 경험이 없다 보니 딸에게 가르칠 생각을 못한다.

위밋업스포츠의 시작이 된 ‘언니들축구대회’도 대표사업이다. 나이 든 언니들은 축구에 열정도 있고 연습에도 열심히 참여하지만 젊은 친구들에게 밀려 벤치신세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축구를 즐기는 중년 여성들도 경기에 뛸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한게 언니들축구대회다. 2회 대회부터 40세 이하 동생들 대회까지 생겨 지금은 언니반, 동생반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이 나이 때까지 뛴다는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알려주는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7월부터는 아이들의 놀이와 스포츠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아동 스포츠 지원 프로그램인 '액티브 모두'(Active Modoo)를 나이키코리아와 함께 시작한다. 초등학생, 중학생 여자친구들의 신체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걸스스포츠 클럽 운영이 주사업이다. 올해는 파일럿 형태로 한 지역에서 시작해 향후 권역별로 확대해 갈 계획이다.


Q. 낯선 창업 생태계에서 사업하며 편견은 없었나?

양민영: 여성 전용 운동프로그램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에 “기존에 사설 스포츠기관을 이용하면 되는거 아니냐”, “결국 여자들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거다”, “여성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운동에서 여성들은 진지함이 없다”는 의견을 들었다. 야외에서 수업을 진행하면 여성들만 모여 운동한다는 이유로 시선이 집중되기도 한다. 한번은 자치구 공무원과 지역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40~5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기방어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돌아온 반응이 “그 나이에도 그게 필요하냐”는 말이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편견어린 시선은 프로무대를 뛰는 여성 선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세계적인 흐름은 달라지는데 운동하는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여전한 듯해 씁쓸하다.

반면 공감도 많이 받았다. 내가 느꼈던 경험에 공감해주고 필요하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있어 많은 힘이 되었다.


신혜미: 우리도 여성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여성 전용 반은 왜 있냐? 여성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거야말로 역차별 아니냐?”였다. 단언컨대, 역차별이 아니다. 그동안 없었던 기회를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더 기회를 주는 거다. 예를 들어 주짓수 수업의 경우 남성 관장이 대부분인데, 운동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많다 보니 여성들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실제 고의성 있는 접촉도 있다. 그런 경우 운동을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여성에게는 이런 여성 전용 수업이 필요하다. 남성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끌어주는게 우리의 역할이다.

Q. 여성 운동을 강조하며 사업한지도 두 기업 모두 3~5년이 흘렀다. 변화를 체감할 때가 있을 듯하다.

신혜미: 언니들축구대회에 참여한 한 언니가 그랬다. 살면서 자신을 위해 월차를 쓴적이 한번도 없는데, 처음으로 운동 때문에 월차를 냈다고. 우리나라에서는 40대가 넘으면 팀 스포츠에서 뛸 기회가 없다. 우리 대회를 통해 시작할 용기를 얻는 분들이 하나둘 생겨나는걸 보는게 감동이다.

우리 프로그램으로 운동의 재미를 알아가는 분들을 볼 때도 조금씩 변화를 느낀다. 농구클래스에 참여하는 한 분은 본인이 이렇게 오래 농구를 할 줄 몰랐다고 신기해한다. 또 다른 분은 학창시절에 남자친구들이 쉬는 시간 10분을 운동하러 운동장에 뛰어나가는 걸 보며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의 자기라면 함께 할 거 같다고 얘기하더라.

양민영: 운동을 같이 하다보면 친밀감이 생긴다. 종목에 따라서 파트너가 필요한 클래스가 있는데 참가자들이 서로 모르고 왔다가 운동 끝나고 같이 식사도 하고 친해지는 모습을 종종 본다. 한번 함께 운동하는 경험을 하고 나면 계속 그 경험이 확장된다. 운동을 매개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여성들이 운동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면 뿌듯하다.

자기방어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들이 기본적인 건데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얘길 많이 한다. 딸과 함께 온 어머니 한 분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이런걸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크게 공감하고 갔다. 운동을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는 여성들을 보면서 변화를 느낀다.

Q. 편견을 깨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신혜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아쉬움이 ‘공간’이다. 아이나 여성을 위한 운동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 체육관, 운동장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실정이다. 위밋업스포츠에서는 여성과 아동을 위한 체육관 건립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양민영: 운동친구는 처음 시작이 그러했듯, 운동에서 대상화되는 여성문제를 계속 사회에 제기하는 활동을 하고자 한다. 여성이 즐거움을 느끼고 체력을 기르고 안전을 위해 운동하는, 여성이 주도하는 새로운 운동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지속해서 하고 싶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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