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가르치는 '위밋업' 여성들이 수어를 배우게 된 이유

[경향신문]
몸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운동을 가르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근육에 제대로 힘을 주는 법, 기술을 익히는 법, 관절을 유연하게 푸는 법, 경기에서 점수를 잘 내는 법…. 스포츠를 잘하는 여러 법칙들이 떠오르지만 실제 현장에서 수업을 하는 강사들은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상대를 잘 아는 게 제일 중요해요.”

지난 15일 서울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인식 교육에 앞서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위밋업’은 은퇴한 여성 운동 선수들이 중심이 돼 갖가지 종목의 스포츠 수업을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축구와 농구, 배구, 야구, 럭비 등 구기 종목부터 주짓수, 태권도, 패들보드, 프리다이빙, 마라톤 등을 일반인 대상으로 교육한다. 수강생은 대부분 처음 해당 종목을 접하는 여성들이다. 최근에는 아동 성교육과 자기방어 등 몸을 쓰는 다양한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각 종목의 강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인식 교육은 향후 수업에서 농인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다. 지난해 ‘위밋업’이 생활체육에 대한 간단한 수어 책자를 만든 것도 운동 기회에서 배제돼 있던 이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였다.

신 대표는 “농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언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고 소통하면 더 즐거운 수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서로 인사하고 (강사들이 자신의) 종목 정도는 수어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생각에서 장애인 인식 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운동은 스스로의 몸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배우고 익히는 수준도 달라진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복부 근육이 잘 발달한 선수들은 큰 노력 없이 ‘코어’에 힘을 줄 수 있다. 반면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복부, 기립근이 단단해질 수 있도록 힘을 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농인은 직접 뛸 기회가 더 적은 데다 ‘코어’라는 단어 자체가 수어에 없다. 복부 주변의 근육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여기에 힘을 주는 방법을 배우는 데까지 비장애인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청각장애뿐 아니라 다른 장애도 마찬가지다.

이날 교육은 대안학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소보사)의 두 교사가 얼굴 이름(수어로 표현하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포스트잇에 수어로 배우고 싶은 단어들을 위밋업 강사들에게 써내도록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화이팅, 도전해봐” “신체 건강은 정신 건강으로 이어집니다” “건강은 행복입니다” “아파요”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불안해하지 말아요” “넌 할 수 있어”.

교육에 참여한 강사들은 각자 수어를 써보며 외웠고, 동작이 비슷해 오해가 생기기 쉬운 ‘운동’ ‘건강’ ‘파이팅’의 차이를 구분하며 연습했다. 전 육상 선수 김선옥 강사는 “수어는 표정과 어깨힘, 손의 각도에 따라 의미가 다 다르다. 강사들이 100% 모두 알아듣지 못해도 먼저 말을 건넬 수 있다면 (농인들의 운동)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위밋업’은 소보사의 농아동, 농청소년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프리다이빙 수업을 강사의 재능기부로 진행하기도 했다.

양수안나 위밋업 공동대표는 “여성들 역시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운동하지 못했다. 위밋업은 그런 여성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자는 데서 시작됐다”며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수어 교육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편견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원문출처 : https://www.khan.co.kr/local/Seoul/article/2022011715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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