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상 운동 플랫폼 ‘위밋업 스포츠’
여성 경험과 고민 촘촘히 짠 결과물
주짓수·럭비·농구 등 강의 열어
“성평등은 위밋업의 기업 철학”
새해 추천 운동 “팀 스포츠 강추”
1월1일은 지났지만, 우리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음력 1월1일, 이제 ‘진짜 새해’라고 우겨볼 만 하다. 진짜 새해를 맞아 운동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눈여겨볼 곳이 있다. 어렸을 적 “여자애가 조신해야지”“여자가 무슨 팀 스포츠?”라는 말에 위축되거나 화가 났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목해야 한다. <한겨레>는 지난 25일 서울시 광진구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은퇴한 여성 선수들이 만든 스포츠 플랫폼 위밋업 스포츠의 신혜미·양수안나 공동대표를 만났다. 운동 그리고 운동장에서 배제된 여자 어린이·청소년들은 스포츠를 제대로 경험할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위밋업 스포츠’는 바로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둘은 축구선수 출신이다. 고등학생 때 상대편 선수로 처음 만났고, 대학은 같은 곳을 다니게 됐다. 대학 졸업 뒤 선택한 길은 달랐다. 신 대표는 대학원에 갔고, 양 대표는 실업팀 선수로 뛰었다. 다른길을 걷다 곧 다시 같은 길에서 마주쳤다. 몇 년 뒤 둘은 각각 경력단절여성·은퇴선수로 만났다. “남편과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는데 남편은 직장에도 들어가고 계속해서 커리어를 쌓았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를 낳고 나니 갈 곳이 없더라고요.”(신혜미) “실업팀에서 선수를 하고 있었는데 3년 만에 재정 상황을 이유로 팀이 해체됐어요. 갑작스럽게 은퇴를 하게 된거죠. 먹고 살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양수안나) 위밋업 스포츠는 여성으로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유니폼은커녕 축구화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여성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공을 쫓고 있었다. 양 대표가 10여년 전 친구를 만나러 한 운동모임 갔다가 목격한 광경이다. “장소며 장비며 제대로인 게 하나 없는데 공 하나만으로도 엄청 즐거워 보였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몸을 쓰고 운동하는 게 일반 여성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거예요. 그들을 보면서 생각했죠. 여성들이 스포츠를 못하는 게 아니라 못해본 거란 걸!”(양수안나)
경력단절여성이던 신 대표의 고민도 사업의 아이디어가 됐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여성 선수들은 은퇴하면 갈 곳이 없었어요. 남성 선수들은 지도자 자리로 끌어줄 수 있는 선배가 있었지만, 여성 선수들은 선배들조차 끌어줄 수 있는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죠.”(신혜미) 둘은 갈 곳 없는 은퇴 여성 선수들이 다시 활동할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성의 경험과 고민을 촘촘하게 엮어 위밋업 스포츠는 은퇴 여성 선수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스포츠 강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의 모습을 갖췄다.
올해 4살이 된 위밋업 스포츠. 축구선수 출신인 두 대표가 2019년 3월 첫 수업으로 연 종목은 의외로 주짓수였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여성이 도전하기에 가장 두려울 것 같은 종목을 골랐어요. 새로운 스포츠를 체험할 기회를 만드는 게 목표였거든요.”(신혜미) 주짓수는 남성 스포츠란 고정관념이 강했다. 종목 특성상 몸끼리 밀착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참여의 문턱은 더 높았다. 위밋업 스포츠가 무료로 연 주짓수 수업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기회가 없었을 뿐 주짓수도 여성이 해보고 싶은 스포츠였던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위밋업 스포츠는 축구와 농구·배구·야구·럭비 등 구기 종목부터 태권도·패들보드·프리다이빙·마라톤 등으로 종목을 확대했다. “럭비 같은 종목은 사실 적자예요. 그런데도 수업을 지속하는 건 여성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예요. 축구, 농구 같은 인기 종목 수입으로 적자를 메꾸고 있죠.(웃음)”(신혜미)
위밋업 스포츠 강의에선 강사들이 “예쁜 몸매 만들 수 있어요” 대신 “튼튼한 몸 만들 수 있어요”라고 한다. 모든 강사는 주기적으로 성인지 교육을 받는다. 위밋업 스포츠의 기업 철학과 핵심 가치에 ‘성평등’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위밋업 스포츠가 어떤 철학을 가진 기업인지 이미 알고 등록하는 수강생이 많아요. 강사를 채용할 때 우리와 가치관이 맞는지를 꼭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성인지 교육은 우리의 기업 철학을 지속시키기 위한 투자인거죠.”(양수안나) 최근엔 장애인식교육도 진행했다. “스포츠의 문턱을 낮추자는 게 저희의 목표잖아요. 외국인 여성이 우리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장애 여성도 언제든 우리 수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양수안나)
열 번의 작심삼일을 뒤로하고 새해 운동 목표를 세우는 여성들에게 두 대표는 여성들이 접할 기회가 적은 팀 스포츠 종목을 ‘강력 추천’ 한다. “팀 스포츠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요. 힘을 합치고 서로 돕고 연결되어야 목표(득점)를 달성할 수 있죠. 승리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패배를 했을 땐 인정하는 법도 배워요. 팀 스포츠를 접하면서 누구나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신혜미) “팀 스포츠를 하다 보면 ‘괜찮아’‘잘하고 있어’ 같은 격려와 응원의 말들이 오고 가요.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죠. 함께 땀 흘리는 재미뿐 아니라 자신감도 얻을 수 있어요. 이런 경험을 더 많은 여성이 했으면 좋겠어요.”(양수안나)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원문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29373.html
여성 대상 운동 플랫폼 ‘위밋업 스포츠’
여성 경험과 고민 촘촘히 짠 결과물
주짓수·럭비·농구 등 강의 열어
“성평등은 위밋업의 기업 철학”
새해 추천 운동 “팀 스포츠 강추”
1월1일은 지났지만, 우리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음력 1월1일, 이제 ‘진짜 새해’라고 우겨볼 만 하다. 진짜 새해를 맞아 운동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눈여겨볼 곳이 있다. 어렸을 적 “여자애가 조신해야지”“여자가 무슨 팀 스포츠?”라는 말에 위축되거나 화가 났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목해야 한다. <한겨레>는 지난 25일 서울시 광진구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은퇴한 여성 선수들이 만든 스포츠 플랫폼 위밋업 스포츠의 신혜미·양수안나 공동대표를 만났다. 운동 그리고 운동장에서 배제된 여자 어린이·청소년들은 스포츠를 제대로 경험할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위밋업 스포츠’는 바로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둘은 축구선수 출신이다. 고등학생 때 상대편 선수로 처음 만났고, 대학은 같은 곳을 다니게 됐다. 대학 졸업 뒤 선택한 길은 달랐다. 신 대표는 대학원에 갔고, 양 대표는 실업팀 선수로 뛰었다. 다른길을 걷다 곧 다시 같은 길에서 마주쳤다. 몇 년 뒤 둘은 각각 경력단절여성·은퇴선수로 만났다. “남편과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는데 남편은 직장에도 들어가고 계속해서 커리어를 쌓았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를 낳고 나니 갈 곳이 없더라고요.”(신혜미) “실업팀에서 선수를 하고 있었는데 3년 만에 재정 상황을 이유로 팀이 해체됐어요. 갑작스럽게 은퇴를 하게 된거죠. 먹고 살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양수안나) 위밋업 스포츠는 여성으로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유니폼은커녕 축구화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여성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공을 쫓고 있었다. 양 대표가 10여년 전 친구를 만나러 한 운동모임 갔다가 목격한 광경이다. “장소며 장비며 제대로인 게 하나 없는데 공 하나만으로도 엄청 즐거워 보였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몸을 쓰고 운동하는 게 일반 여성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거예요. 그들을 보면서 생각했죠. 여성들이 스포츠를 못하는 게 아니라 못해본 거란 걸!”(양수안나)
경력단절여성이던 신 대표의 고민도 사업의 아이디어가 됐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여성 선수들은 은퇴하면 갈 곳이 없었어요. 남성 선수들은 지도자 자리로 끌어줄 수 있는 선배가 있었지만, 여성 선수들은 선배들조차 끌어줄 수 있는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죠.”(신혜미) 둘은 갈 곳 없는 은퇴 여성 선수들이 다시 활동할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성의 경험과 고민을 촘촘하게 엮어 위밋업 스포츠는 은퇴 여성 선수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스포츠 강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의 모습을 갖췄다.
올해 4살이 된 위밋업 스포츠. 축구선수 출신인 두 대표가 2019년 3월 첫 수업으로 연 종목은 의외로 주짓수였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여성이 도전하기에 가장 두려울 것 같은 종목을 골랐어요. 새로운 스포츠를 체험할 기회를 만드는 게 목표였거든요.”(신혜미) 주짓수는 남성 스포츠란 고정관념이 강했다. 종목 특성상 몸끼리 밀착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참여의 문턱은 더 높았다. 위밋업 스포츠가 무료로 연 주짓수 수업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기회가 없었을 뿐 주짓수도 여성이 해보고 싶은 스포츠였던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위밋업 스포츠는 축구와 농구·배구·야구·럭비 등 구기 종목부터 태권도·패들보드·프리다이빙·마라톤 등으로 종목을 확대했다. “럭비 같은 종목은 사실 적자예요. 그런데도 수업을 지속하는 건 여성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예요. 축구, 농구 같은 인기 종목 수입으로 적자를 메꾸고 있죠.(웃음)”(신혜미)
열 번의 작심삼일을 뒤로하고 새해 운동 목표를 세우는 여성들에게 두 대표는 여성들이 접할 기회가 적은 팀 스포츠 종목을 ‘강력 추천’ 한다. “팀 스포츠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요. 힘을 합치고 서로 돕고 연결되어야 목표(득점)를 달성할 수 있죠. 승리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패배를 했을 땐 인정하는 법도 배워요. 팀 스포츠를 접하면서 누구나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신혜미) “팀 스포츠를 하다 보면 ‘괜찮아’‘잘하고 있어’ 같은 격려와 응원의 말들이 오고 가요.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죠. 함께 땀 흘리는 재미뿐 아니라 자신감도 얻을 수 있어요. 이런 경험을 더 많은 여성이 했으면 좋겠어요.”(양수안나)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원문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293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