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스포츠 '위밋업'

[양성평등문화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신혜미·양수안나 위밋업 스포츠 대표
2020년 양성평등문화지원상 수상





“운동 없이 식단만으로 살 뺄 수 있을까요?” 온라인 다이어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흔한 질문 중 하나다. 여성에게 운동은 살을 빼기 위한, 혹은 균형 잡힌 몸매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그마저도 피하고 싶은 과정인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여성들은 스포츠를 즐길 수는 없을까? ‘위밋업 스포츠(We meetup Sports)’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위밋업 스포츠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전용 스포츠 플랫폼이다. 축구선수 출신 신혜미 씨와 양수안나 씨가 의기투합해 2018년 선보였다. 이들은 요가, 필라테스 외에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없던 여성들에게 축구·풋살, 패들보드, 주짓수, 프리다이빙, 농구, 럭비 등의 클래스를 열어 즐거운 스포츠 경험을 제공한다.

처음 시작은 ‘언니들축구대회’였다. 이 대회는 여성 축구 동호인 중에서도 40세 이상의 ‘언니들’을 위한 대회였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은퇴한 여성 체육인과 여성 스포츠 입문자를 연결하는 사업인 위밋업 스포츠를 시작했다.

여성가족부 예비사회적기업인 이들은 2020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단체 부문)을 수상했다. 경력단절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 체육인의 사회 진출을 돕고, 일반 여성들에게는 전문 스포츠 강사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양성평등 스포츠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영업 중단, 수업 축소, 행사 취소 등의 위기를 맞았다. 그나마 현재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클래스 참여 인원을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스포츠계는 어떤 분야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위밋업 스포츠는 어떤 상황인가요?

양수안나 : 스포츠는 모여야 하는 분야니까, 코로나에 제일 많이 타격을 받은 업종 같아요. 운동을 하다 보면 호흡이 가빠지면서 내뱉는 숨이 있다 보니 그 자체가 코로나와 연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초기 코로나 집단 발생지가 댄스학원이다 보니 지난해 가장 규제가 심했던 곳이 스포츠 쪽이었어요. 2020년에는 거의 수업을 못 했어요. 저희 장점이 여성들이 접하지 못했던 운동을 만나서 배우는 거고, 그 과정에서 얻어가는 것이 많았는데 그걸 못 하니까 타격이 있었죠.

신혜미 : 요즘 SBS 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전부터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가 있었어요. 2018년 언니들축구대회가 이슈가 되기 시작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그걸 기반으로 성장할 발판이 돼서 ‘2020년은 우리가 도약할 기회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다양한 종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준비한 것의 80% 정도를 못 했죠. 지금은 소수가 하는 야외 스포츠는 괜찮다는 분위기지만, 지난해에는 모임 자체를 되게 조심하게 생각했을 때니까요.

- 많은 스포츠 클래스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는데, 대면 수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양수안나 : 농구, 축구 등 단체 종목을 주로 하다 보니까 모여서 해야 하는 수업이 많고요. 최대한 안전하게 소수의 인원으로 하고 있죠. 사실 고민이 많아요.

신혜미 : 함께 운동하며 나오는 시너지가 엄청 커요. 주짓수 같은 경우는 더 그래요. 처음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함께 하다 보면 내가 못해도 옆에 있는 분도 같이 못하니까 괜찮은 거예요. ‘저만 못해서 어떻게 해요?’ 하는 분이 있다면, ‘그러려고 오신 건데요’, ‘대회 나가실 것도 아니잖아요. 즐기세요’라고 격려해드리죠.

저희는 무조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야외에서 운동하더라도 마스크를 벗지 않거든요. 한강에서 패들보드를 타면서 물에 빠지더라도 다시 마스크를 끼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다 보니까 아직은 안전하게 잘 진행하고 있는 거 같아요.


위밋업 스포츠가 2020년 연 패들보드 수업. ⓒ위밋업 스포츠 제공

위밋업 스포츠가 2019년 연 주짓수 수업. ⓒ위밋업 스포츠 제공

위밋업 스포츠가 2019년 연 농구 수업. ⓒ위밋업 스포츠 제공

위밋업 스포츠가 2018년 연 ‘언니들축구대회’. ⓒ위밋업 스포츠 제공
이들의 출발인 ‘언니들축구대회’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여성 축구 동호인들이 얼마나 어렵게 축구를 하고 있는가부터 설명해야 한다. 국내에는 2019년 기준으로 36개 생활체육축구대회가 있고 그중 10개 대회에는 여성부가 존재한다. 그런데 남성부는 청년부, 장년부, 노년부 등으로 연령대별로 대회가 나뉘어 진행되지만, 여성부는 1부, 2부로만 치러진다. 이러다 보니 여성부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체력이 뒤처지는 40대 이상의 여성생활체육인은 참가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 언니들축구대회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신혜미 : 나이가 있는 언니들은 벤치를 지키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나이 있는 언니들이 제일 열심히 하고 우리보다 더 앞선 사람들인데, ‘이 언니들한테 뭘 해주지’라고 해서 ‘언니들축구대회’를 만들게 됐어요. 40대 이상만 출전하게 했죠. 축구와 풋살을 합친 형태로요. 경기에서 비기면 선수들 나이를 합산해서 많은 쪽이 이겨요. 그러다 보니 일부러 나이 많은 선수들을 섭외하게 되고, 60대 선수들도 뛸 수 있게 됐어요. ‘게임도 못 뛰니 이제 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둔 선수들이 다시 팀에 합류하더라고요. 2회 대회부터 40세 이하 동생들 대회까지 함께 마련하고 있어요.

- 처음 언니들축구대회를 열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양수안나 : 엄청났죠. 언니들축구대회 할 때 300명 정도 모여요. 24팀 정도가 모이니까, 11:11 경기는 아니고 5:5 경기여도 교체선수까지 합치면 한 팀에 10명씩은 등록해서 오시니까요. 기획도 기획이지만, 심판도 엘리트 여성 심판들을 섭외했어요. 유능한 여성 심판들도 워낙 남성 심판이 많으니 밀려서 아예 경기 심판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여자 경기라도 해도요. 그 친구들한테도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신혜미 : 사실 이런 대회는 그 정도 레벨 심판들이 심판 보지 않아요. 그런데 저희는 어쨌든 대회의 품격이 좀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수들뿐 아니라 심판들도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다들 즐기는 대회였어요.

- 어떤 분들이 언니들축구대회 선수로 뛰시는지 궁금해요. (프로) 선수 출신도 있나요?

신혜미 : 선수 출신들은 알아서 운동을 하시고(웃음), 모두 아마추어분들이에요. 오랜 시간 동안 생활체육으로 축구를 해오신 분들이죠. 구마다 여성 축구회가 있어요. 아빠들이 새벽잠 안 자고 조기축구회 나가시잖아요. 70, 80대 할아버지가 돼서도 축구장에 앉아 있으시고요. 여자 축구 선수들도 똑같아요. 오래 해온 분들은 그 시절에 깨어 있었던 언니들인 거죠. 젊은 사람들보다 체력이 더 좋아요.

- 언니네축구대회를 열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양수안나 : 대회 끝나고 가실 때, 저희한테 모든 팀이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실 때요. “내년에도 열거죠? 그때도 참석하려고요”하면서, 내년을 기약해요.

신혜미 : 해체돼서 뿔뿔이 흩어졌는데, 저희 대회를 계기로 다시 모인 팀도 있었어요. 축구가 좋지만 팀이 해체돼서 탁구나 배드민턴으로 갔던 언니들도 다시 모였어요. 모든 사람의 존재 이유는 내 가치 인정이잖아요. 이 대회가 계기가 돼서, ‘나 아니면 그 대회를 나갈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언니들이 모이는 거죠.

양수안나 : 저희가 오시는 분들에게 양손 무겁게 보내려고 해요. 그래서 최대한 협찬을 받아서 상품을 나눠 주는데, 이런 일도 있었어요. 추첨해서 생리대를 선물로 증정했는데, 어떤 언니가 “다른 걸로 바꿔주면 안 되냐. 나 폐경이라고!”라고 해서 다들 박수쳐 줬어요. 저희가 항상 그 얘기를 하거든요. “이 나이에 축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진짜 엄청난 거다. 여러분도 이 언니처럼 꾸준히 운동하셨으면 좋겠다”고요.

-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다양한 운동을 접하기 쉽지 않고 즐기기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신혜미 :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이 재미없을 수도 있고, 다양한 경험이 없어서일 경우도 있어요.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저 이거 처음 해봐요’라는 거예요. 아니면 ‘예전에 잠깐 배우고 다시 해봤는데, 원래 이렇게 재밌는 거예요?’라고 물어보신 분도 계셨어요. 시험을 보기 위해서 동작만 외우느라 그때는 재미없었던 거죠.

저는 아들이 둘이에요. 아들들을 키우다 보니까 남자애들은 스포츠라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은 거요.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엄마들끼리 클래스 만들 건데 들어와라 같은 제안도 많고요. 축구 클럽을 만들면 그 친구들하고 인라인이나 농구, 수영 등으로 계속 이어져요. 반면 여자아이들은 자기방어를 위해 태권도를 배우거나 살을 빼기 위해 하는 운동들이 대부분이에요. 스포츠클럽이 모두 남자 위주로 형성이 됐고, 운동 경험이 없는 엄마들의 영향도 커요. 엄마가 경험했으면, 당연히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칠 거예요.

양수안나 : 보통 어릴 때 여자들은 발레 시키고, 남자들은 축구 시키니까요. 저희가 요즘에 자주 하는 이야기가 “스포츠도 교육이다”에요. 스포츠는 그 안이 작은 사회거든요. 어렸을 때 아이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을 하면 규칙을 지켜야 되고 승패의 경험 좌절의 경험, 실현에 이런 걸 배우게 돼요. 그런데 저희는 스포츠는 스포츠, 교육은 그냥 공부하는 거라고 구분이 되고, 또 남성적인 것 여성적인 것으로 나뉘다 보니 더 접근이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도 “여자아이들은 얼굴 타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여자들은 자연히 스포츠에 멀어지는 것 같아요.

- 처음 운동하시는 분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신혜미 : 축구는 완전히 처음인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스니커즈 신고 오신 분도 가끔 있죠. ‘축구화 없으면 아예 축구를 못하나?’할 정도로, 어떤 건지 아예 감이 없으신 거죠. 저희가 원하는 건 그냥 생활 스포츠 같은 느낌이거든요. 누구나 와서 청바지 입고 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릴 정도로 편한 복장으로 오시는 게 좋아요. 편한 마음으로 와야, 내가 좀 못하더라도 내 마음에 부담이 없는 거죠. 허들을 없애려고요.

- 여자 입장에서, 여자 선생님께 운동을 배우면 여러모로 편한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양수안나 : 가슴이 큰 여성들은 운동할 때 트라우마가 있어요. 강사들이 “이런 스포츠브라와 탑을 써봤는데 운동할 때 편하다”는 식으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신혜미 : 저희는 강사들이 대부분 운동선수 출신이고, 프로까지 한 친구들이에요. 우리 같은 우수한 은퇴 여성 선수들이 되게 많은데 그 친구들이 정말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초를 좋은 사람에게 배워야 기본기가 쌓여서 부상 없이 운동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더 기초 클래스에 집중한 이유도 있어요.

- 수강생이나 강사 모두 좋을 것 같아요.

양수안나 : 강사님들이 더 좋은 기운을 받아서 가는 경우도 있어요. 여자 회원분들은 강사님들이 어떤 동작을 했을 때 멋있다 싶으면 막 환호를 해요. 가르치는 입장에서 너무 신나는 거예요. 리액션이 엄청나시거든요.

신혜미 : 회원님들 중 내성적이신 분들이 되게 많으시거든요. 올 때와는 달리, 갈 때 모습은 정말 활기가 넘치더라고요.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구나 싶어요.

- 인상적인 피드백을 소개해주세요.

신혜미 : SNS으로 쪽지를 많이 받아요. “운동을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었던 사람인데, 내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포츠가 재미있는 것도 알게 됐고, 운동을 해야 되는 이유를 확실하게 찾았다”는 사연들이죠.

양수안나 : 저희도 모르는 후기들이 올라와요. 저희 클래스에 참여하셨던 분이 웹툰 작가님이셨더라고요. 웹툰으로 웬만한 광고보다 더 좋게 저희 하게 잘 표현해 주셨어요. 그게 보고 저희가 감동을 엄청 받았죠.


신혜미·양수안나 위밋업 스포츠 대표. ⓒ여성신문
이들은 2020년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단체부문)을 수상하며, ‘성 평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사실 이들이 오랜 시간 몸 담아온 스포츠계는, 그야말로 성차별로 얼룩진 곳이다. 이들이 위밋업 스포츠를 연 이유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 양성평등문화상은 위밋업 스포츠에 어떤 의미였을까요?

신혜미 : 용기를 주었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양성 평등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전혀 생각을 안 했고, ‘여성들이 스포츠에 대한 경험이 많아졌고 이걸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걸 그렇게 봐주실 수 있구나’ 하고 놀랐죠. 결코 우리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니구나. 왜냐하면 다들 “그거 왜 해?”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거든요.

양수안나 : 저희는 직업이 따로 있어요. 코치로 일하죠. “수업을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벌 텐데, 왜 그런 고생을 해?”하는 거죠. 주변에서는 “페미니즘의 색깔이 강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희들은 그냥 조용히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저희도 사실은 여성에게 운동이 왜 필요한가를 공부를 하고 책을 찾아보고 물어보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상을 받을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이 상을 통해, ‘우리가 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을 응원해 주시고 계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양성평등문화상을 받고 “부담스럽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어요.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양수안나 : ‘사업을 하자’는 생각보다는 ‘여성들이 이걸 원하니까 우리가 해보자’는 거였는데, 상을 받음으로써 ‘우리를 지켜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 거죠. 저희를 응원해 주고 ‘너희가 하는 게 맞다’고 자꾸 얘기를 해주시니까, ‘우리만 좋다고만 하면 안 되고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부담인 거죠.

신혜미 : 이렇게 인정을 해주신 거는 ‘너희들이 되게 잘했어’보다는 ‘앞으로 잘해야 된다’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이걸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역대 수상자들 보니까 체육인은 거의 없더라고요. 저희한테는 그게 가장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생각한 것 같아요.

- 체육계의 성평등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신혜미 : 성 불평등은 체육계가 제일 심하지 않나요? 이번 도쿄올림픽도 사실 젠더 이슈가 엄청났잖아요. 운동할 때 여자 선수들은 긴 머리도 하지만 대부분 짧은 머리를 해요. 저희도 거의 반삭발을 했어요.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운동할 때 머리에 신경을 쓰면 안 되는 거죠. “남잔지 여잔지 구분이 안 된다, 남자 여자야?’ 이런 식으로 대놓고 얘기하는 시대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남녀 종목이 따로 있다고 해도 최종 결정권자는 남자예요. 여자들이 성적이 낸 종목은 여성 임원들도 조금씩 있지만, 대부분은 프로에서 남녀 연봉의 차이도 크고, 지도자의 비율, 또 협회 내 여성 임원들의 비율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요. 예전에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에 대한 포럼을 봤는데, 문체부에서 방어의 이유라고 내놓은 게, “자격증을 갖춘 여성 지도자들이 없다”라는 거였어요. 그 자리에 있던 여성 임원님들은 “너희들이 그동안 자리를 안 만들어 놓으니까 여성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가는 거다. 그런 자리를 만들어놓으면 여자들은 다 딴다”고 답변하셨던 기억이 나요. 설령 여성 지도자가 되더라고 성적을 못 내면 “이래서 내가 여성 지도자는 안 된다고 하는 거다” 하는데, 남성지도자에게는 똑같은 상황에서 그러지 않거든요. 여자 지도자들은 조그만 실수라도 하면 그게 성별 이야기로 이어지곤 하죠.

양수안나 : 남녀 연봉 차이도 커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자 스포츠는 재미없다”, “여자축구가 남자축구에 비해 스피드나 이런 기술적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비인기 종목도 사실 똑같거든요.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연봉이 훨씬 많죠.

신혜미 : 그래도 여자 선수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건, 여자 지도자들이 살아남으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서인 것 같아요. 별의별 구설에 계속 올라도 참고 있죠. 아마 아무 말 안 나온다면, 그 선배들이 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일 거예요. 성폭력 문제가 생겨서 여자 지도자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여성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에 내가 잘하지 않으면 다음에 후배들한테 기회가 안 올 걸 아니까 엄청 노력을 해요. 체육계는 더 처절한 것 같아요. 남성 지도자들이 여성팀을 이끄는 게 이상하지 않지만 반대의 그림은 그려지지 않잖아요.

양수안나 : 또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슈가 되긴 했지만 복장 같은 부분에도 성차별이 있죠. 지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에 농구 유니폼이 쫙 달라붙은 거라, 운동할 때 불편했어요. 테니스나 비치발리볼도 그렇죠. 특히 수영복 차림으로 하는 비치발리볼은 특정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되게 많다고 알고 있어요. 직접 뛰는 선수들이 제일 편한 옷으로 입어야 하는데, 규칙을 정할 때도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지 않는 거죠. 저희도 사실 욕은 해도 바꿀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 스포츠를 통한 성교육 ‘렛츠런런’도 운영 중이에요. 스포츠와 성교육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신혜미 : 사실 성교육 자체가 신체를 말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성교육과 스포츠를 엮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성교육 전문가와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성교육 강사가 ‘나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 뒤, 저희가 신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받아요.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면 2차 성징도 내가 커가는 과정이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시기 운동이 더 필요하다는 거예요.

양수안나 : 저희는 운동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몸에 대한 기능적인 부분을 많이 봐요. 예를 들면 다리가 두꺼워도 그게 근육이라면 더 잘 뛸 수 있거든요. “TV에 나오는 걸그룹처럼 다리가 얇지 않아도 돼. 다리가 튼튼해지면 더 잘 뛸 수 있으니까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어”라며 신체 활동으로 연결시키죠.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신혜미·양수안나 : 여자아이들만을 위한 스포츠클럽을 계획 중이에요. 또 ‘어른들도 놀자’는 스포츠 입문 클래스를 만들고 싶어요. 아무리 문턱을 낮춘다고 해도 스포츠라고 하면 부담스러운 분들이 있어요. 고무줄이나 사방치기 같은 놀이로 몸을 움직이는 걸로 시작해서, 여기서 조금 바뀐 게 스포츠라고 얘기를 할 거예요.

장기적으로는 전용 체육관을 열고 싶어요. 장소 때문에 못 여는 클래스가 많거든요. 또 어렵게 장소를 구해서 운영하다 보니 오시기 편한 곳들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어느 정도 중심 쪽에 저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원문보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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