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 향해 튀어!…'풋' 사랑에 빠진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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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은 둥글다. 공을 차고 던지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종목, 축구.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축구와 비슷한 놀이가 존재했으니, 어쩌면 인간이 만든 가장 원초적인 팀 스포츠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축구는 유독 여성들에겐 둥글지 못했다. 학창 시절엔 발야구, 피구와 같은 모호한 운동으로 대체됐고, ‘공 차는 여성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낯선 광경에 불과했다.

지금은 아니다. ‘미니 축구’라 불리는 실내 축구, 풋살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다. 축구공보다 더 작은 공으로, 축구장보다 더 작은 공간에서 더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풋살. 전국 각지에서 여성을 위한 풋살 클래스가 열리고, 대한축구협회(KFA)에 등록된 국내 여성 풋살 팀만 60여 개에 이른다. 풋살 인스타그램에 ‘#여자풋살’ 해시태그만 검색해도 12만여 개의 게시글이 존재한다. 수도권 곳곳의 빌딩 옥상은 ‘풋살장’으로 바뀌고 있고, 스포츠 브랜드들이 내놓는 풋살화와 풋살 용품들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기 일쑤다.

오늘도 약 1만 명의 여성 풋살러들이 전국의 풋살장을 누비고 있다. 평범한 주부,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자까지 바쁜 일상의 일부를 쪼갠 이들이 잔디 위에서 땀을 흘린다. 그렇게 팀을 이뤄 뛰어본 이들은 안다. 넘어졌을 때 나를 일으켜줄 사람이, 지쳐 있을 때 나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줄 사람이, 작은 실수에도 힘껏 박수쳐줄 수 있는 사람이 언제나 옆에서 함께 뛰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주 웨이브 커버스토리는 아주 평범한, 골 때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올해 한국경제신문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창단한 여성 풋살팀 ‘슈팅한경’에 소속된 14명의 선수가 지난 3개월간 함께 흘린 땀의 기록이기도 하다.



미니축구라고 얕봤다간 큰코…메시·호날두도 '풋살 마스터'
'5명 원팀' 풋살…1930년 아르헨 체육교사가 만들어


614,436축구는 뛰기도 전에 지치는 스포츠다. 정식 경기를 치르기 위해 22명을 모으는 데 우선 진땀을 뺀다. 구장 대관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 22명이 동시에 뛰어놀 수 있는 곳은 주로 학교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운동장이다. 조기축구회, 유소년 축구클럽 등 여러 단체가 매번 자리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다. 장소와 머릿수에 얽매이지 않고 축구 경기를 할 방법은 없을까.
1930년 아르헨티나 출신 체육 교사 후안 카를로스 세리아니 감독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당시 우루과이에서 첫 번째 월드컵이 열리면서 남미 전역에 축구를 할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기가 엄청났다고 한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청소년 YMCA 대회를 준비하던 세리아니 감독은 어린 친구들이 실내체육관에서 농구나 핸드볼을 하는 대신 공을 차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형태의 실내 축구를 고안했다.

국제 풋살 대회가 처음 열린 것은 1965년이다. 우루과이 파라과이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참가해 파라과이가 우승한 남미 컵이었다. 198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풋살 세계선수권대회를 주관하면서 현재 전 세계인이 즐기는 풋살의 경기 규칙 기준을 세웠다. 이후 4년에 한 번 풋살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프로축구 ‘K리그’에 버금가는 풋살 ‘FK리그’가 2009년 출범했다. 모두 13개 구단이 활동 중이다.


660,740섬세한 볼 터치·개인기 위주의 풋살
풋살은 5명이 팀을 이뤄 하는 미니 축구다. 이름 그대로 축구(futbol·스페인어)를 실내(salon·프랑스어)에서 즐기는 경기다. 풋살장은 축구장의 4분의 1 크기다. 국제 경기에서 경기장 규격은 길이 38~42m, 너비 20~25m를 지켜야 한다. 약 60㎝ 둘레인 풋살공은 축구공보다 작고 묵직하다.

풋살과 축구 두 종목 다 손을 제외한 신체 부위를 써서 상대 골문에 공을 집어넣는 게임이다. 경기 시간 안에 더 많이 득점한 팀이 이긴다. 하지만 풋살을 단순히 ‘축구의 축소판’으로 볼 수만은 없다. 구장 크기에 따라 세부 규칙과 플레이 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달라서다.

먼저 공격 전개 방식이 다르다. 축구에서는 긴 패스와 구장 측면에서 중앙으로 보내는 크로스(센터링)가 중요하다. 두 골대 사이 거리가 멀어 드리블보다는 롱볼로 전진하는 게 효율적이다. 공간이 좁은 풋살장에서는 개인기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중앙선에서 골대까지의 거리가 짧아 한두 번 드리블하면 어느새 골대 앞에 다다른다. 골대가 작아 공중으로 띄우는 슈팅보다는 구석을 노린 땅볼이 훨씬 위협적이다. 빠른 호흡의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게 풋살의 묘미다.


원문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163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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