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세계랭킹과 성-불평등지수의 상관관계


2019년 6월 10일 열린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예선에서 아르헨티나와 일본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에서 승점 1점을 한 경기였이다. ⓒFIFA 여자월드컵 트위터 계정 @FIFAWWC    


지난 19일 폐막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기적 같은 드라마로 가득했다. 낮은 가능성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16강 진출해 성공한 대한민국 대표팀, 아프리카 국가론 처음으로 4강에 오른 모로코, 네 번의 도전 끝에 우승컵을 차지한 리오넬 메시의 ‘라스트 댄스’까지. 전 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했다.


다음 월드컵은 7개월 뒤 이어진다. 2023년 7월 20일, 제9회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공동 개최된다.


여자축구 세계랭킹 상위 15개국의 공통점은


그런데 이번 월드컵의 최후 승자인 아르헨티나 남자대표팀과 달리,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대표팀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아르헨티나 남자팀이 세 번 우승하는 동안 여자팀은 본선 진출만 세 번에 그쳤다. 역대 성적 9전 2무 7패. 1991년 중국에서 처음 개최되어 8회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아직 한 경기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세계 여자축구 지형은 남자축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남자축구가 존재감이 크지 않은 미국에서, 여자축구는 세계 최강이다. FIFA가 여자축구 랭킹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미국 여자대표팀은 2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월드컵에선 무려 네 개의 우승컵을 가져갔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해당 국가에서 스포츠의 인기, 적극적인 투자, 타고난 체격, 기후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같은 나라의 여성과 남성이 세계 무대에서 각각 다른 경기력을 보인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요인은 성별 격차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2019년과 2023년 여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1개국의 피파 랭킹 포인트(2022년 12월 9일 발표 기준)와 2021년 유엔개발계획(UNDP)dl 고안한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를 그래프 위로 옮겨보았다.


UNDP 성불평등지수는 모성 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여성의원 비율, 중등 이상 교육받은 인구 비율, 그리고 경제활동 참가율을 근거로 한다.


2019년, 2023년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한 31개국의 FIFA 랭킹 포인트와 2021년 UNDP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의 상관관계 그래프 ⓒ선채경    

2019년, 2023년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한 31개국의 FIFA 랭킹 포인트와 2021년 UNDP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의 상관관계 그래프 ⓒ선채경



위 그래프의 가로축 오른쪽으로 갈수록 랭킹 포인트가 높고, 세로축 위로 갈수록 성불평등지수가 낮다. ‘여자들이 추구를 잘하는 나라’는 우상단에 포진해 있다. 그래프를 가로지르는 추세선은 불평등이 적을수록 축구 실력이 향상되는 방향을 가리켰다.


랭킹 포인트 상위 15개국은 성불평등지수가 20% 미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스포츠가 통계를 벗어나기도 한다는 점에 열광한다. 유일하게 브라질이 추세에서 다소 벗어난 경향을 보인다. 랭킹 포인트 1983.32점을 획득한 브라질은 성불평등지수 39.5%로 성별 격차가 심한 편이다. ‘축구 제국’ 브라질의 여자 선수들은 여성 인권이 낮은 환경에서 세계 9위권에 드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거기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는 세밀한 분석이 따라야겠지만, 2020년에 브라질 축구협회가 노르웨이, 호주 등에 이어 일찌감치 남녀 ‘동일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미국은 여자 축구선수들이 6년 투쟁 끝에 올해 동일임금을 쟁취했음)한 것에서 약간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자, 그렇다면 남성의 사회 참여는 남자대표팀 성적에 영향을 미칠까? 독일의 줄리아 브래드만 박사 연구팀이 국제스포츠경제학저널에 게재한 논문 「성평등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연구 결과 “남자축구 대표팀 성적과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상승하는 경우, 그 국가의 여자축구 랭킹 포인트 또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게임 체인저는 ‘성평등 정책’이었다


사실 축구장은 오랫동안 여성의 출입을 금지한 역사가 있다. 브라질은 축구를 종교처럼 여기는 나라지만, ‘축구가 모성을 파괴하고 여성을 우울하게 만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1941년 당시 브라질 대통령 제툴리우 바르가스는 “여성의 본성을 파괴하는 스포츠 활동을 금지한다”고 선포했다. 여성의 축구, 럭비, 수구 등 운동을 금지했는데, 1979년까지 이어졌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 잉글랜드 축구협회도 여자축구를 제한했다. 특히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서 여성은 1921년부터 50년간 축구를 하지 못했다. 한편 미국과 동아시아는 이러한 제약이 적은 편이었다.



2019년 4월 8일, 벨기에와 친선경기를 앞두고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미국 국가대표팀(USWNT) 트위터 계정    

2019년 4월 8일, 벨기에와 친선경기를 앞두고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미국 국가대표팀(USWNT) 트위터 계정


오히려 미국은 남녀교육평등법 ‘타이틀 나인(Title Ⅸ)’의 영향으로 여학생 체육 활동이 급격히 늘었다. 1972년 제정된 ‘타이틀 나인’은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 기관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1971년 전미 고교 여자축구 선수는 700여 명뿐이었지만, 2019년 기준 39만 명에 달한다. ‘타이틀 나인’의 등장은 게임 체인저가 되어 미국 여자축구를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았다.


1980년대 들어 유럽과 남미에서도 여자축구를 금지한 조치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여자 선수들은 기회를 찾아 헤맨다. 세계 여자 유소년 축구선수의 절반은 미국에서 활동 중이다.


“남자에 비해 여자축구는 지역별 초·중·고교 팀이 매우 적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접할 기회가 적다 보니 선수도 적고, 그러다 보니 팀이 없어서 중간에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아집니다.”


축구선수 출신인 ‘위밋업스포츠’ 신혜미 대표는 서면 인터뷰에서 ‘기회의 부족’을 이야기했다.


신혜미 대표는 “더 많은 여자아이가 축구를 접하며 팀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지소연 선수 같은 세계적인 인재가 나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스포츠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마음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르다 무너지게 된다. 평등한 사회일수록, 여자아이들은 꺾이지 않고 마음껏 필드를 누비며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선채경.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뉴스레터 ‘wew’ 에디터.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연결하고자 합니다.


선채경 ilda@ildaro.com

원문출처 : https://www.ildaro.com/9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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